아이들에게 맡긴 단합대회

2018. 12. 29. 22:42교육이야기/학급운영

올해 여러모로 도전이 많았다.
2차단합대회,
단합추진위원회, 등.

시작전까지 걱정이 무척앞섰다.
진행하는 아이들은 당연히 교사가아니기 때문에 서툴렀다.
모두가 주목하기 전에 발언한다든지, 출석체크를 빼먹는다든지, 룰 설명이 미숙하다든지, 각자 역할 배분이 미숙하다든지 등.

단합을 하기전에 아이들을 일단 불러모았다.(기획회의)
단합추진위원회에서 하고 싶은 게임을 추려보고, 모둠을 배정하고, 퀴즈 문제지까지 만들어 오도록 했다.
프로그램으로는 내가 숟가락 탁구, 공포영화보기 등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제시했지만 아이들의 취향저격에 실패해서 모두 짤렸다.ㅜㅜ 속상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특히 모둠은 신중하게 짜야해서 적극 개입해서 4차까지 수정했다.
식사는 라면을 주제로 해서 조별로 해먹을수있도록 회의시간을 전날 1시간 줬다. 각자 냄비, 수저, 재료 등을 가져오도록 했다.

먼저 고요속의 외침이라는 게임과 스피드퀴즈를 했다. 이건 너무 고전이라 역시나 재밌어했다.


식사는 라면이었다. 과학실이라는 무기를 활용해서 핫플레이트로 각 조의 개성있는 라면을 끓여먹기로 했다. 과학실에서 본격적으로 먹는 것은 처음이라 낯설었지만 기억에 오래 남을 것같다. 라면은 비빔면, 진라면, 떡라면, 컵라면, 불닭볶음면 등 다양했다. 물을 미리 커피포트로 끓여서 준비해두니 대충 1시간안에 끝낼수있었다.


아이들은 체육관 프로그램을 아주 좋아했다.
우리반 말썽꾸러기가 단합추진위원회로서 닭싸움을 기획했는데, 반응이 아주좋았다. 진행도 카리스마있게 착착 진행되었다.
룰도 간단하다. 매트를 깔고, 빙 둘러앉아 조별로 닭싸움을 했다. 진 아이들은 아쉬워하며 패자부활전을 하자고 할만큼 좋아했다. 결국 30분정도 하고나서야 다음게임으로 넘어갔다.

다음으로는 짝레이스를 준비해왔는데, 종이로 만든 팔찌를 짝끼리 착용하고 레이스를 하는거였다. 신선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종이가 너무잘찢어져서 10분정도 걸렸다. (시작도 전에 찢어진 팀이 5팀정도 된다.)

마지막으로 피구게임을 했다. 청소와 남은 과자를 걸고 했다. 널찍한 공간에서 하니 좋았고, 아이들도 대부분 좋아했다. 특수학생인 아이가 마지막까지 남아서 신기했고, 또 그 아이가 공을 잘못 던져서 모두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1학기 단합대회보다도 훨씬 더 재밌었다고 한 아이들도 많았고, 다들 정말 집에 가기 아쉬워했다.(나도 살짝 아쉬웠으니까..)

이번 기회로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여러 모습을 새삼 발견하게 되어 좋았다. 2주전부터 커플이었던 학생도 오늘에서야 발견했고, 평소에는 툴툴거렸던 아이들이 열심히 도와줬고, 말썽꾸러기들이 게임을 능수능란하게 진행하고, 교칙을 잘 안 지키던 아이가 자기기 만든 라면을 드셔보시라고 하고, 게임에 욕심을 보이는 아이도 있고, 끝까지 청소를 도와준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이기 때문에 서투르고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나도 우리반의 일원으로서 즐길 수 있는 단합이었다. 완벽하진 않지만 나와 잘 맞는 이런 아이들을 만난게 행운인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내년에도 이런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즐거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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