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한 모든 길이 좋았다. 를 읽고
얼마전 도서관 신간도서 중 '너와 함께한 모든 길이 좋았다'는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세종도서라서 더 자세히 살펴봤더니, 책에 대한 설명이 신선했다.
장애, 비장애 커플의 유럽 배낭여행 얘기인데 내용은 일기으로 서술되어 있었다.
나도 유럽은 딱 한번 가봤지만 그때가 그립기도 하고, 이들의 여행기가 궁금하기도 해서 빌려보게 되었다.
여행기는 단순한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에서부터 각 명소에 이르기까지 후기처럼 상세히 서술되어 있다.
비행기 탑승법, 휠체어 짐 부치기, 저상버스, 버스경사로, 버스기사의 태도, 승객들의 태도, 승무원의 태도, 표 예매시 있었던 우여곡절 등이 나와있다.
뿐만아니라 애인에 대한 생각, 느낌, 둘 사이에 있었던 갈등 등도 솔직하게 나와있어 읽는 재미를 더했다.
각 장의 끝에는 여러 여행명소와 요금, 장애인용 화장실 등 편의시설에 대한 정보도 간단하게 나와있었다.
읽었던 내용 중에는 지하계단 끝에 있는 화장실, 출구에만 있는 경사로, 대걸레가 널부러져있는 장애인용 화장실 등이 기억에 남는다.
평소 어딘가를 갈 때 휠체어가 접근 가능한지 생각해본적이 별로 없었다.
대표적으로 서울의 관광지인 경복궁만 하더라도 우둘투둘한 돌길을 휠체어를 탄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지, 근정전 내부를 휠체어를 탄 사람이 접근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그러나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외출을 준비하면서 생각보다 고려해야 할 점이 매우 많았다.
탑승이 가능한지 뿐만아니라 플랫폼을 이용가능한지, 환승역에서 경사로를 제공하는지, 미리 예약해야하는지도 생각해야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당연하게만 여겨왔던 것들이 모두에게 당연하지 않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제 탄 시외버스도 입구가 계단이었는데, 휠체어 사용자는 탑승을 시도조차 못하겠구나.
생각해보면 홍콩은 모든 버스가 저상버스였는데, 우리나라도 저상버스 비율을 더 확대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읽다보면 나와 내 주변도 되돌아보게 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나를 포함해서) 사람들은 배려가 부족하다.
평상시에는 잘 모르고 지나치지만, 가끔 전동기를 타면 더욱 여실히 느껴진다.
우리 동네에도 턱이 없는 길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는 학원차 등 정차하는 차들이 꽤 많고, 종종 화가 나기도 한다.
이때마다 '전동기야 계단으로 들고가면 그만인데, 노약자나 유모차는 어떻게 가라는거야?'라는 생각이 든다.
그 운전자들이 1년만이라도 유모차를 끌어봤다면, 자전거를 타봤다면 그 길을 절대 막지 않았을텐데.
재미도 있고, 생각할 거리도 많은 이 책 강추한다.